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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병상 일기 (오은혜)
남수연 2021-08-13 추천 1 댓글 0 조회 470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난  아픔을 다시 떠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그 때의 내 모습이 현재를 버티는 일이기도 하고 모든게 하나님의 은혜구나를 느낍니다. 처음 심한위염정도라 생각했을때 이렇게 까지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람 일 이란게 그런거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편하게 1인칭시점으로 써보겠습니다. 

 

위염약을 먹어도 안되고 행동반경이 달라지고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지면서 결국 어느 주말 저녁에 응급실에 갔고 내과적으로는 이상이 없다며 신경과 검사를 권했고 다음날 입원하며 검사를 했다.  점점 못먹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통증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때 감정변화가 단계별로 왔다.

1. 내 상태가 그냥 어이가 없었고..

2. 저 왜 이러나요? 하면서 묻기 시작했다.

그러다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권해서 운좋게 이틀 뒤에 예약이 되었고 검사를 하고 종양이라 하기에도 애매하고 조직검사 수술하기엔 위험한 위치라 좀 지켜봐야 된다고 해서 하루 응급실에 보낸뒤 신경과 생활이 시작되었다. 뇌혈관염이라 하지만 온갖 검사에 진통제에 스테로이제에... 원인 모를 병으로 경관식을 하면서 거의 걷지도 못하고 병실침대에 누워 있다 휠체어 이동만 하게 되면서

3. 왜 이렇게까지 하셔야 하나요?

4. 얼마나 ... 언제까지 더 힘들어야 하나요? 병이라도 알려주세요.

5. 제가 그렇게까지 잘못 했나요?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그렇게 큰 죄를 짓진 않은거 같은데.. 하며

온 몸에 전기오듯 통증에 왼쪽으론 고개도 못 돌리고 텀을 갖고 진통제를 맞아야 했고 내 몸인데 마음대로 움직이질 못했다.

6. (너무 힘들어서) 데러 가실거면 고통이라도 없이 데려가세요..

7. 근데 전 죽기 싫어요. 전 나약한 사람이라 겁도 나구요 나이도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너무 억울(?)해요... 라며 징징대고 있었다. 흔히들 극한 일이나 고통이 있을때 그 마져도 감사하다는 고백, 주님 곁에 데려가 주시는 것도 감사하다는 고백 등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었다. 물론 그것도 그들의 진심이겠지만.. 막상 내가 경험해보니 이런 모범(?)적인 고백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아파 고통스러우니 징징 대기 바빴다. 차라리 솔직하자 어차피 죄인인 몸 적어도 뭔가 착한척(?)은 안하는게 더 위안이 되는 느낌이었다.

​8. 얼마나 더 버텨야 하나요? 살려만 주세요..엉엉... 좀 나아지고 나면 할수 있는 거 부터 해볼게요.

 (보통은 살려만 주면 뭘 하겠다는 딜을 하게 되는데 난 내 몸이 먼저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내 민낯이 보이며... 있다가 어느 순간 평안이 왔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지내고 있는데

상태가 좀 진전이 되고 있었다.  하나님 앞에서 만큼은 솔직해서 그랬나?  다행이 기간이 짧았다. 3주정도 경관식하다 미음 같은거 먹게 되면서부터 연하치료를 하게 되었고 병원 지하에서 재활도 했다. 물론 처음 재활하러 휠체어로 가서 서 있지도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며 당황하기도 황당해하며 어이가 없었다. 이게 현실이었다.  엄마가 계시니 짜증도 못내고 울지도 못하고 꾹꾹 참았다. 갑자기 크게 아픈 딸땜에 엄마 일상도 멈춰졌다. 단기 항암을 끝내고 다음 치료까지 텀이 있어서 재활병원으로 갔다.

먹을수는 있으니 걷는 게 목표였다. 그 전에 집에서 하루 있는데 조그만 집에서 화장실, 작은 방도 혼자 가기 힘들어서 붙잡고 가는게 왜 그렇게 싫었는지.. 아 사람이 이렇게 될수 있구나..하며 그렇게 재활병원에서 2주만에 걷게 되었고, 3주 뒤에  다시 병원을 갔다. 보조기 잡고 병동 한바퀴 도는 목표였던 한달 전과 달리 어설폈지만 걸어다녔고 단기 치료도 했다. 문제는 퇴원 당일 아침에 일어났다. 아침 먹으라고 엄마가 깨웠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당황했지만 계속 그랬고 놀란 엄마가 간호가를 불렀고 주치의가 차례로 왔다. 

이것저것 시켜보고 폰으로 영상 찍어가더니 급하게 검사가 이뤄졌다.

MRI도 평소보다 길게 찍고 여러검사를 하고 퇴원이 보류됬다. 반나절 넘게 검사하고 지쳐 잠이 들었고 화장실 갔다오는 사이 짐 챙기겨 온 엄마를 보고 불렀는데 말이 나왔다. 다행이었다. 결과는 종양. 그렇게 조직검사 수술이 잡혔다.  하루 말을 못해보니 참 아찔했고 목소리가 나와 너무 감사했다.

수술후 신경외과로 가서 담당교수 휴가로 1주일 후 종양내과로 가게 되었다. 제대로 치료를 할수 있어서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항암이라... 내 인생에 항암을 하게 되다니..

담당교수가 5번하고 이식을 하려는데 이식은 우선 항암 해보면서 지켜보자 했다. 그렇게 2~3주에 한번씩 단기 항암이 시작 되었다. 첫 항암은 예상대로 힘들었다. 두통에 구토증세에 신경통증에 모든게 겹쳤고 다들 이제 시작이라 그랬다. 그렇게 끝나고 두번째 항암부터는 좀 수월했다. 많이는 못먹어도 잘먹고 잘 다녔다. 같은 병실에 힘들어 하는 환자들에 비하면 감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몸의 종양을 없애려 독한 약을 쓰기에 몸이 망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5번의 항암후 재활병원에서 있었고 재발을 늦추기 위한 조혈모세포이식이 결정되었다. 처음에는 그게 뭔지도 몰랐다.  

오른쪽 가슴 위에 희크만 호수를 삽입하고 혈액을 빼서 조혈모세포만 남겨서 쎈 항암을 해서 다시 넣는 것이었다. 참 별걸 다 해보네... 싶었다.  감사하게 반나절만에 혈액을 빼고 퇴원후 이식을 위해 교육 받고 무균실로 향했다. 그 병동 밖을 나갈수가 없었다. 병동 복도나 휴게실은 꿈도 못 꿨다. 오직 주2회 CT 찍으러 나가는 한 5~6분이 유일하게 1층 내려가는 탈출구랄까.. 총6번의 항암을 하는데 4시간짜리 4번은 그래도 버틸수 있었다. 뭐든 먹고 걷고 자전거 기구도 타고 했다. 주말 2시간짜리 2번은 달랐다.  어지러워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고 2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졌다.  그 후 수치가 떨어지면서 구내염등 여러증상들이 왔고 간호사, 교수등 다들 시작 됬네요 했다. 이식을 하고 수치 올라오길 기다리면서 누워 있거나 기대어 있거나 화장실 갔다 오는 정도랄까... 먹으면 구토증세가 와서 억지로 먹지 말라고 수액과 영양제로 버티고 있었다. 이런 거였구나... 살려 달라며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평균3주 정도면 어느 정도 수치가 올라와서 퇴원을 시켰고 그 후에 자가 회복기간을 6개월로 알고 있었다. 그 시기쯤 우연히 매일 성경쓰기 타이핑을 하게 되었고....(사실 거부하고 싶었지만 이거라도 하라는 하늘의 뜻 같았다.) 집에서 2달 정도는 꼼짝 없이 있어야 했다. 코로나의 한여름이었다. 

후유증은 같았다. 매일의 신경통증, 역류성, 어지럼증등등... 그야말로 또다른 전쟁.  재활을 할수 있을때는 '젊고 발레강사도 해서 금방 회복될거야.' 와 '재활 만만찮을 텐데... 잘 견녀내야지.. 일상생활 하려면... 걍 아픈 거랑 똑같다고 생각해' 의 반응.

후자가 팩트였고 그나마 위안이 된달까... 이어지는 연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재활도 모든 생활도... 이래서 성경쓰기를 시키셨구나. 하나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어... 인내와 연단... 정기 검사는 깨끗해서 해줄게 없다고 일반인이라는 감사함은 있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매일의 후유증과 생존운동을 하면서 내 몸은 일반인이 되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왕 살려주실거면 깨끗하게 살려주시지 이런 후유증까지 주셨나요..?' 했는데.. 주변에서 '그러니 기도를 제대로 해야지.. '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었다. 그리고 더 아픈사람을 알게 하시며 감사할 상황을 보게 하셨다. 그래.. 계속 기도 하며 나아가야지...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  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전10:13)'

한 창 아플때 누군가 이 말씀을 보내줘서 위로가 되었는데 결국 말씀으로 위로를 받으며 견디는구나 싶었다.

지인들이 재활운동 할만 하냐는 질문에.. '내 몸을 보니 그저 어이가 없다. 사람 몸이 이렇게도 되는 구나. 머리 아픈게 이렇게 무섭다는 걸 새삼 느낀다.' 고 했다.

누군가는 웃고 떠드는 나를 보고 '아픈데 어떻게 밝을수가 있냐'고 묻기도 하지만 '아프다고 마냥 우울해 한다고 바뀌는 것도 없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할수 있는거 해야지 어쩌겠냐' 했더니 '그러네..'한다. 나도 사람인데 왜 짜증이 안나고 우울하지 않겠나.. 몸이 이런데.. 하지만 사람은 결국 현실을 살아내는 동물이라.. 또 살게 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좋다가도 힘들다가도 하지만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보는 시각을 달리 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 내 상황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와 도움이 될수도 있고 더 크게 쓰실 하나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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